다음의 두 그래프를 보면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달간 코로나 신규 확진자 추이 - corona-live.com
2022년 1월 18일 이후 현재까지 한국 코로나 확진자 7일 평균값 - Our World in Data

별 다른 이변이 없는 한, 감소세는 지속될 것이며 말 그대로 걸릴 사람이 다 걸린 다음에 코로나는 '종식'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때까지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할지, 그리고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코로나에 걸려야 하는지겠죠.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기대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른 감기와 인플루엔자에 더불어 코로나19도 우리 곁에 계속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목표를 바꿔 봅시다. 코로나19가 일반 감기와 같은 수준의 확산세가 되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우선 하루에 몇명이나 감기에 걸리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연도별 감기 환자수와 연령별 감기 환자 수 - 생활 속 질병통계 100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8년에 발간한 <생활 속 질병통계 100선> 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간 감기 환자 수는 2100만명에서 1900만명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9세 이하 소아 환자의 비율이 가장 많은 것을 볼 때, 시간이 흐를수록 총 감기 환자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소아 인구 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림잡아 매년 2000만명 정도가 감기에 걸려서 진료를 받는다면, 감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1.5배 정도인 3000만명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수를 365일로 나누면 매일 약 8.2만명, 즉 전체 인구의 0.16%가 감기에 걸린다는 추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에는 조금 더 빡빡한 조건을 적용해서 하루에 확진자 5만명 (전체 인구의 0.1%) 가 나오는 것을 목표로 잡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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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확진자 5만명을 유지하던 때는 2022년 2월 8일부터 2월 14일까지 약 일주일간이었습니다. 이 시점에 7일 확진자 평균치는 약 100만명당 1000명, 그러니까 0.1% 정도였습니다. 7일 확진자 평균치가 가장 높은 날은 3월 17일로, 하루에 전체 인구의 0.78% 가 감염되었습니다. 4월 1일 기준으로 현재 7일 확진자 평균치는 0.59%입니다. 0.1%에서 0.59%까지 오르는 기간은 약 한달 가량이었습니다.  

our world in data

확산세에 비해 감소세가 둔화된 것을 감안할 때, 7일 확진자 평균치가 0.1%까지 줄어들기까지 30일이 걸린다고 한다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되어야 할까요? 계산의 편의를 위해 기울기 변화를 무시한다면, 4월 2일 현재 확진자 수인 약 25만명이 30일 동안 5만명으로 줄어들 때까지 코로나에 걸리는 사람은 (25만-5만) * 30일 / 2 = 300만명입니다.

저 파란색 삼각형이 코로나에 더 감염되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현재 누적 확진자 수인 1363만명에 300만명을 더하면 166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3%입니다. 오미크론 이후 역학 조사를 포기하고 다수의 무증상자가 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전체 인구의 50% 정도가 오미크론에 감염될 것이라고 해도 무리한 가정은 아닐 것입니다. 저처럼 아직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남은 30일 동안 코로나에 걸릴 확률은 8% 정도입니다. 꽤 높은 비율이죠. 

 

물론 저는 역학자가 아니고, 코로나의 치명률이 일반 감기보다는 훨씬 높다는 점, 언제든지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섣부른 낙관론을 펴기에는 아직 이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영국의학저널(BMJ) 에 작년에 게재된 <팬데믹의 끝은 방송되지 않을 것이다> 라는 기사의 결론을 (멋대로 축약해서) 인용하고 싶습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팬데믹은 집단 면역을 획득하거나 공식적인 종식 선언을 통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팬데믹의 충격적인 결과를 점차적으로 신경쓰지 않게 되면서 끝나게 됩니다. 팬데믹 종식은 생물학보다는 사회적인 현상으로 봐야 합니다. 정신 건강, 교육에 미치는 영향,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 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확진자 수치는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알려주는 도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 호흡기 감염으로 발생된 팬데믹은 수치가 내려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팬데믹은 극적으로 '종식'되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이 새로운 질병에 적응하고 일상이 회복되면서 서서히 사라질 것입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우리가 뉴스를 끄고 다른 이슈들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할 때 끝날 것입니다. 시작과는 달리, 팬데믹의 끝은 방송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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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0) 2022.03.13

SF 위주로 독서를 좋아하고 여행 외에는 집을 떠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웹 개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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