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깔깔대며 읽은 책이다.

 

큐비즘 -> 추상 -> 액션 페인팅 -> 팝 아트 -> 개념 미술... 까지 발전한 대충 이 시점에서 현대미술이 '보는 것'을 넘어서서  '읽는 것', 원제 그대로 Painted Word 가 되었다는 주장을 하면서 미술가들과 그들의 후원자, 그리고 델포이의 신탁을 해석하듯 미술을 해석해내서 '말씀' 으로 창조해 내는 비평가들을 비평하는 책이다. 

 

나는 다른 데에서는 몰라도 최소한 미술에 있어서는 속담대로 '보는 것이 곧 아는 것' 이라고 믿어 왔다. ... 그러나 드디어 나는 깨달았다. 이 멍청이야, '보는 것이 아는 것' 이 아니고 '아는 것이 곧 보는 것' 이야! 왜냐하면 현대미술은 완전히 문예적 성격을 띠게 되었으며, 그림이나 다른 미술 작품들은 오직 문의를 예시하기 위해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헤미안으로서 그들은 상류사회의 살롱을 떠났지만 상류사회의 세계마저 떠난 것은 아니었다. 부르주아지로부터 떠난다면 화구를 챙기고 타히티 섬이나 아니면 최소한 (고갱의 첫 기착지였던) 브르타뉴라도 떠나야 한다. 그러나 고갱 이외에 누가 브르타뉴만큼이라도 갔는가? 아무도 없다. 나머지는 모두 몽마르트르나 몽파르나스 언덕 이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무슨 얘긴가? 샹젤리제로부터 이 마일 이상은 안 벗어났다는 얘기인 것이다. 미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신시내티에서도 필요한 윈저 뉴튼 물감을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화가들은 계속 뉴욕으로 몰려들고 있다. 
두 사람 (MoMA의 큐레이터) 이 53번가 미술관을 나서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부터 아랫동네 '보호(BOHO)의 마을'의 레이더망은 그들의 출격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그들이 온다!' 그러면 접신술가의 우주 맥동처럼 로우어 맨해튼 일대에 심장이 뛰는 소리가 합창이 되어 일어났다. 
"나를 뽑아 줘요, 나를 뽑아 줘요. 나를 뽑아 줘요...." 아, 빌어먹을 윗동네!
마음속으로 알고 있는 것과 입으로 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다만 누가 묻거든 절대로 그렇게 털어놓으면 안 돼!
오늘날 아방가르드 화가가 그의 후원자에게 줄 수 있는 독특한 현대적인 보상이 있다. 후원자는 배우자인 화가나 마찬가지로 자기도 부르주아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며, 자기가 중산층 '출신'이긴 하지만 더이상 그 세계 '안에' 있지는 않다는 느낌 ... 자기는 블레셋의 땅을 진군하는 선발부대에 끼인 동료 사병, 아니 최소한 부관이나 명예 게릴라쯤은 된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현대의 독특한 욕구이고 구원 (돈을 너무 많이 가졌다는 죄악으로부터의) 이며, 뉴욕이든 로마든 밀라노든 구미 전역에 걸쳐 부유한 사람들 가운데서 보이는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다. ... 알았어? 난 '저들'과 다르단 말이야. 저 젊은 상공회의소 회원들, 저 금융회사의 회장들, 저 새파란 사장들, 돼지턱에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굴 전문 음식점에서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어, 친구, 만나서 반갑네) 저 돈만 아는 뉴욕의 이교도 재벌들하고는 다르단 말야. 전위미술 작품은 다른 무엇보다도 돈으로부터 맘몬과 몰렉의 체취를 몰아내고 거기에 작업복, 스웨터, 구렛나룻, 그리고 보헤미아의 우아함을 지니는 망토와 월계수의 분위기를 대치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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