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꽤나 익숙한 레이코프의 미국 정치 분석이다. 보수는 엄격한 아버지를 국가에 기대하고, 진보는 자애로운 어머니를 기대하고 뭐 그런거.

1996년에 출간된 책인데, 당시 레이코프는 약 25년 뒤 미국이 지금처럼 극단적인 문화 전쟁을 겪으리라는 예상을 했던 것일까?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또는 이 책에서 제시한 프레임 그 자체에 우리가 맞춰진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레이코프 책 중 가장 중요한 <여자와 불, 위험한 것들> (한국어판 제목은 매우 재미없게도 인지의미론 이다. 물론 절판된지 오래이고 알라딘 중고서적에서는 검색도 안 된다) 은 아무도 다시 출간하려 하지 않는 반면 그의 정치 관련 도서는 이렇게 열심히 출판되는게 흥미롭다.

 

다음 두 부분이 유난히 흥미로웠다.

세라노의 작품은 종교에 대한 모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다른 작품들은 - 즉 개념 예술이나 양식에 대한 탐구는 - 보수주의 가치 시스템에서는 이해될 수 없는 것들이다. 보수주의자들은 도저히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런 것들이 어리석음이나 방종으로 간주되지 않고 예술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엄한 아버지 도덕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것들은 예술이 아니다. 보수주의자들에게 열려있는 유일한 선택은 그런 예술을 문화적 엘리트의 산물이라고 보는, 불법적인 가치관을 가진 나약한 속물들을 해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수주의자들이 예술을 위한 국가지원법을 폐기해버리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 CIA가 소련과의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런 쓰잘데 없는 현대미술을 후원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꽤 아이러니한 분석이다.

 

(중앙 정부를 극단적으로 두려워하는 민병대 류의 보수주의자들에 대해 다루면서) 그런 사람들은 그들의 가정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를 사랑하고, 자기 가정을 한 제도로 믿는 것처럼 정부의 형식을 믿는다. 그들은 자신의 조상들을 존중하듯이 국가의 선조들을 존중한다. 그러나 그들은 가끔 현 정부를 미워하고 두려워하는 부분도 있다. 그것은 그들이 학대하고, 방기하고,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 문제를 안고 있는 가정이나 공동체 출신이기 때문일까? 그들은 학대하거나 방기하는 엄격한 아버지 가정 모델을 - 중심모델이든 변형모델이든 간에 - 가진 것일까? 그런 모델은 여러 세대로 이어지며 배워온 것일까? 그것들은 우리의 어떤 제도에서, 군대에서나 경쟁적인 스포츠에서, 학교에서, 혹은 동지들의 모임이나 그 외의 사회조직에서 배우고 전파되는 것일까?

 

참고로 번역의 품질이 그닥 좋지 않다. 전미여성기구National Organization of Woman 을 국립여성기구 로 번역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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