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간인가> 에서 이어지는 프리모 레비의 에세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해방된 직후 이탈리아의 고향에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을 적어 냈다. 강제수용소 시절을 다룬 <이것이 인간인가> 는 출간 당시 호응이 없었던 반면, 종전 이후 수십년이 지나서 출간된 이 책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전작까지 재조명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강제수용소 이야기는 고통스럽지만, 이 책의 이야기는 고통스러우면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고 (어쨌든 집에 가기는 했잖은가), 무엇보다도 무척이나 웃기다. 특히 매우 효율적으로 유대인을 학살하던 독일인과 어쨌든 유대인과 전쟁포로를 살려주고 있지만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굴러가는 소련군과의 비교가 매우 흥미롭다.

 

이탈리아 출신이라 그런지 소련군에게서 지급받는 음식의 조악함에 대해 불평하는 장면에서 작가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련군 자신도 똑같은 음식을 배급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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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생존자의 기록은 꽤 읽어본 편이다. 가장 유명한 는 물론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그리고 테렌스 데 프레의 생존자도 모두 읽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기억나는 것만 그 정도는 된다는 말이다.

 

이러다 보니 유대계 이탈리아인 프리모 레비가 쓴 <이것이 인간인가> 또 이미 읽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수용소에 들어온 유대계 프랑스인과 노역장에서 배식을 받으러 가면서 - 조금이라도 노역을 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멀리 돌아간다 - 어설픈 프랑스어로 단테의 신곡을 설명해주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작가는 이 서사시의 아름다움을 어떻게든 프랑스어로 전달하려 하지만, 어떻게 해도 한 연을 떠올릴 수가 없다. 그는 이 연을 기억해 낼 수 있다면 그날의 점심이라도 양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에 대한 이보다 강렬한 사랑의 표현을 보기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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